스티브 잡스, 실존 인물만큼 뛰어난 혁신의 영화

지난 1월 중순에 개봉했던 대니 보일의 <스티브 잡스>가 아직도 극장에서 상영이 되고 있다.

아직 못 보신 분들도 있을 터, 영화가 내려오기 전에 최신 박스오피스 게시판에 서둘러 포스팅을 한다.

 

시대를 압도하고 세상을 떠난 실존 인물 스티브 잡스는 그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만 무려 6편이 만들어졌다.

2편의 극영화와 3편의 다큐멘터리, 그리고 오래 전 TV영화로 제작된 <실리콘 밸리의 신화>까지 합해서 6편이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다큐멘터리와 TV영화를 차치하고,

조슈아 마이클 스턴 감독의 영화 2013년 작 <잡스>와

대니 보일 감독의 영화 2015년 작 <스티브 잡스>를 비교해보려 한다.

 

영화 <잡스>의 한 장면

먼저, 조슈아 마이클 스턴 감독의 <잡스>.

이 영화에서 주요했던 핵심 요소는 연출을 맡은 조슈아 마이클 스턴과 잡스 역을 맡은 애쉬튼 커처이다.

 

조슈아 마이클 스턴은 전작인 <스윙보트>로 평단과 흥행에서 꽤나 쏠쏠하게 인정받은 감독이다.

그는 2005년에 <네버 위즈>라는 미스터리 드라마 장르 영화로 데뷔하였고,

<스윙보트>를 3년 만에 내놓으며 같은 해에 데뷔한 제이슨 라이트먼 감독과 비교되곤 했었다.

 

<네버 위즈>와 같은 해에 라이트먼은 <땡큐 포 스모킹>을 발표했고,

스턴의 <스윙보트>가 나오기 바로 전에 라이트먼은 <주노>를 발표하며 유명세를 떨쳤으며,

스턴의 <스윙보트>가 잊혀질 때쯤, 라이트먼은 <업 인디 에어>로 스타 감독의 반열에 올랐다.

 

5년 동안 시간을 버티며 내놓은 그의 야심작 <잡스>는 사실 이렇다 할 지점이 없는 평이한 영화다.

잡스의 평전이나 다큐, 뉴스 기사 등을 통해 익숙한 그의 대학 시절부터 창고에서 애플 컴퓨터를 창업했을 당시의 이야기,

애플에서 쫓겨났다가 복귀하여 신화가 되어버린 장면 등 철저히 잡스의 전기를 따라갈 뿐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잡스의 일대기가 재미있냐 없냐의 문제가 아니다.

핵심은 이러한 잡스의 성장기를 통해 우리에게 어떤 감정을 줄 것이며,

이 영화가 잡스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결국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만든 것이냐는 점이다.

 

그러나 영화는 마치 히피 같았던, 괴짜 청년 잡스가 열심히 뚝딱거리며 열정을 불태우다가 애플을 창업하게 되고,

동료들과 마찰을 일으키면서 우여곡절을 겪는 일화를 그저 보여주기만 할 뿐이다.

 

어떻게 보여주느냐는 고민하여 충족시켰을 수 있으나, 왜 보여주는지를 포함시키지 못한 영화 <잡스>는

그러나 잡스의 청년, 중년 등을 완벽하게 연기한 애쉬튼 커처 덕분에 약간의 생기를 띠고 있다.

애쉬튼 커처는 그의 걸음걸이와 행동을 철저히 분석하여 진짜 잡스처럼 보이는 데에 몰입했고,

스크린을 통해 마침내 잡스처럼 보이기에 성공했다.

 

이 대목은 후에 대니 보일이 만든 <스티브 잡스>와 많이 비교되는 부분이다.

<스티브 잡스>에서 잡스 역을 맡은 마이클 패스빈더는 그를 따라 하기보다는 재가공하는 데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최초의 잡스 전기 영화'라는 점에서 이목을 끈 영화 <잡스>는

3년 전에 개봉한 아론 소킨 각본 - 데이빗 핀처 감독의 <소셜 네트워크>와 비교되었다.

<소셜 네트워크>도 페이스북의 창립자 마크 저커버그의 '전기 영화'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셜 네트워크>는 한 개인의 역사를 따라가기만 한 것이 아니라,

온라인 속 세계와 오프라인 세계의 '인간관계'를 중심축으로 아이러니 요소를 전면에 드러내며

말하고자 하는 바와 내면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한 영화였다.

 

그저 그렇게 두리뭉실 흘러가는 <잡스>는 이와 비교해 보면 한참 모자라기만 한 느낌이다.

오히려 실제했던 자료와 인물들의 인터뷰들을 실은 다큐멘터리가 더 볼만하기 때문이다.

 

영화 <스티브 잡스>의 한 장면

 

반면, 대니 보일 감독의 <스티브 잡스>는 시대를 앞서 간 혁신의 아이콘을 다루면서 그야말로 혁신의 장치를 마련한 영화이다.

이것은 감독보다도 그에게 완벽한 시나리오를 건네준 각본가 아론 소킨의 공이 크다!

 

각본가이자 연출자인 '아론 소킨'

 

아론 소킨은 현존하는 영화계의 스티브 잡스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드라마계에서도 이미 전설이다.

드라마와 영화계 모두에서 작가의 파워가 상당한 미국 시장.

<어퓨 굿맨>으로 데뷔하여 <뉴스룸>, <웨스트 윙> 시리즈들을 쓰고 제작했으며

<소셜 네트워크>와 <머니볼> 등으로 전 세계를 휘어잡은 아론 소킨.

 

그의 작품들은 대사량이 많고 빠르게 진행되면서도 인물 간의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스티브 잡스> 역시 그의 스타일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잡스와 주변 인물들의 대화를 통해 관계를 드러내고, 짧은 순간에도 인물의 감정과 갈등이 생생하게 전달되도록 구성했다.

특히, 그가 다룬 인물들은 모두 천재적이지만 결점이 있는 캐릭터들이다.

<소셜 네트워크>의 마크 저커버그, <머니볼>의 빌리 빈, 그리고 <스티브 잡스>의 잡스까지.

이들은 모두 혁신적이지만 사회적 관계에서 어긋나거나 고독한 면모를 보인다.

이러한 인물들을 통해 소킨은 단순한 전기가 아니라, 인간 본연의 욕망과 성공, 실패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진다.

 

결국 <스티브 잡스>는 단순한 전기 영화가 아니라, 한 인물의 내면을 깊이 탐구하는 작품이다.

현실에서의 잡스는 신화적인 인물이지만, 영화 속에서 그는 피할 수 없는 갈등과 외로움을 안고 있는 한 사람일 뿐이다.

소킨은 그 점을 강조했고, 덕분에 이 영화는 기존의 전기 영화들과는 다른 결을 가지게 되었다.

 

두 영화를 비교해보면, <잡스>는 잡스의 생애를 단순히 따라가는 데 그쳤지만, <스티브 잡스>는 그의 내면과 관계를 깊이 파고들었다. 결국 어떤 영화가 더 뛰어난지는 관객의 취향에 따라 다를 것이다.

 

당신이라면, 어떤 잡스를 선택하겠는가?